[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말로는 주연, 대우는 단역 – 가이드와 인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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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내년 1월부터 AB5법(Assembly Bill 5)이 시행된다. AB5법에서는 기업이 노무를 제공받을 때 ‘ABC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법률상 노무 제공자가 ‘피고용인’이 아니라 ‘독립 계약자’임을 인정한다. ABC 테스트는 노무 제공자를 일단 피고용인으로 추정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회사가 노무 제공자를 독립 계약자로 적법하게 분류하기 위해서는 노무 제공자가 a) 노무 수행과 관련해 기업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롭고, b) 노무 제공을 받는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 이외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c) 스스로 수립한 독립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여행사의 가이드 직종은 ABC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피고용자 즉, 여행사 직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현지 노동법 변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AB5법(Assembly Bill 5) 시행에 따라 기존의 독립계약자였던 가이드를 직원으로 전환하면 가이드 비용 상승폭은 최대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제한된 상황이라 우리 여행업계가 긴장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와 법률 및 법원 판결의 방향성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8월29일 대법원 2부는 한국도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760여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원고들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해 관리·감독했고, 각종 지침을 통해 업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비전형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용역계약 목적 또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 이행으로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도로공사는 10월10일 톨게이트 수납원 정규직 전환과 직접 고용 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AB5법(Assembly Bill 5)법, 톨게이트 수납원 사례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가이드와 인솔자다. 가이드와 인솔자들은 여행을 책임지고 완성하는 여행의 주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대우는 수십 년째 단역 수준이다. 최근 일부 여행사에서 가이드와 인솔자를 주연으로 대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가이드와 인솔자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다.

가이드와 인솔자가 그들의 역할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과 캘리포니아주 AB5법(Assembly Bill 5) 시행이 말해주듯 큰 변화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음에도 과거의 구습과 근시안에 머물러 있는 여행업계의 인식이 안타깝다. 최근 단체 여행객 인솔자가 인솔 중 뇌출혈로 쓰러진 사고에 대해 해당 여행사 관계자가 “뇌출혈과 인솔자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될 수 없고, 인솔자는 용역계약을 통해 이뤄진 프리랜서 신분이기에 회사에서 병원비를 지급해야 할 법적 책임이 없다”며 “인솔자의 수입은 전부 현지 커미션으로 이뤄져 회사에서 알지 못하고, 고용 관계도 아니다”라고 언론을 통해 말했다고 한다. 인솔자(가이드)를 여전히 단체 여행 전체 업무 프로세스 중 단순한 일부 업무에 도움을 주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도우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여행업계 모두가 동의하듯 여행을 책임지고 완성하는 여행의 주연은 ‘가이드와 인솔자’다. 가이드와 인솔자를 단역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여행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역할이나 비중이 매우 크다. 이들을 단역 취급하며 자부심을 짓밟고, 자발성과 창의성을 빼앗는다면 여행업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외부환경 불확실성 증대와 수요부진 충격의 공포라는 퍼펙트 스톰에 둘러싸인 여행업계의 돌파구는 여행의 주연인 가이드와 인솔자가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이 저절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눈치 보지 말고 빠르고 적극적인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여행의 주연, 가이드와 인솔자에게 마땅한 대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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