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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여행!-오형수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여행사·여행상품의 미래

[힘내, 여행!-오형수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여행사·여행상품의 미래

지난 2010년에 개봉한 영화 ‘127시간’은 애런 랄프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2003년 미국 유타 주의 협곡 블루존 캐넌에서 하이킹을 즐기던 그는 등반 도중 협곡사이로 추락하며 오른팔이 바위와 절벽 사이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육중한 바위에 팔이 끼인 채 조난돼 닷새를 버텼지만 결국 물은 떨어지고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가지고 있던 주머니칼로 자신의 팔을 직접 절단하고 탈출에 성공한다. 2020년 대한민국 여행업이 처한 상황이 2003년 블루존 캐넌 협곡에서 조난당한 애런 랄프턴과 비슷하다. 코로나19에 오른팔이 끼인 채 조난되어 휴직과 휴업 등 경비를 최대한 줄이고 버티면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리 기다리고 둘러보아도 구조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수개월 이내 종식되지 않고 2021년까지 지속한다면 대한민국 여행업계는 애런 랄프턴처럼 목숨을 건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비용과 인원을 줄이며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첫 번째 선택지다. 이 선택은 겨울잠에 든 짐승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으로 언뜻 가장 안전해 보이지만 여행자의 변화를 놓치는 위험한 선택이다. 두 번째 선택은 기약 없는 코로나19의 종식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위험하고 불확실하지만, 다시 시작될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선택은 이성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지만 애런 랄프턴의 오른팔처럼 여행업계에 큰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과연 여행업계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수개월 이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고 예전처럼 안전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기대하며 겨울잠을 선택하겠다면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반면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여전히 위험하고 불확실하지만, 다시 시작될 여행을 준비하려는 이들은 어떤 준비와 대비가 필요할까?

코로나19는기존의 감염병과는 달리 회복 때까지 최소한 3~4년은 걸리거나 영원히 퇴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여전히 팽배하다. 비관론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여행업에 대한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여행의 미래는 없다.’, ‘코로나 이후 여행과 여행사는 사라질 것이다.’ 등 한결같이 코로나19로 여행업이 붕괴 또는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의료·방역이라는 과학의 관점에서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종식되지 않고 조건이 맞으면 재유행할 수 있어서 완전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말 할 수 있다. 의료와 방역의 관점이 옳다면 여행업은 소멸을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여행·여행사·여행업의 관점을 확립하여 최악의 상황인 포스트코로나 없이 맞이하게 될 With코로나 시대까지 대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여행업계가 지속 가능한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신상품 개발, 신사업 진출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투 트랙 전략이란 정치나 경영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적용하여 일을 처리하는 책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상품 전략 외에 신사업 전략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신사업 전략이란 여행 수요가 없거나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여행 외 수요를 찾아 사업의 영역을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신들이 가진 핵심역량을 확인하고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찾는 것이다. ‘여행업만 해 온 우리가 신사업?’이라며 신사업 전략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겠지만, 코로나19가 신상품 전략만으로 극복 가능한 상황이 아니기에 투 트랙 전략은 필수다.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여행사나 현지에서 랜드사나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다 귀국한 여행사 임직원이라면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업을 기획하고 시도해 볼 수 있다. 해외 물품 구매 대행이나 해외 주재원 쉐어(공유) 서비스 등은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신사업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행업계 임직원 스스로가 여행 관련 인플루언서가 되어 ‘여행 구독경제’라는 신사업 영역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기존의 대가족 연대, 친인척 연대, 직장 내 동료 간의 연대가 느슨해지고 취미·학습·소모임 등 스스로 ‘선택한 연대’가 확산, 강화될 것이다. 이를 활용하여 여행·레저·모임으로 끌어 들이는 ‘여행 구독경제’도 신사업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여행자의 요구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해외여행을 자주하기보다는 의미와 가치 있는 곳을 선택해서 소규모 가족 중심 여행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여행자의 변화된 요구에 맞는 새로운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신상품 전략 수립 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19의 두려움과 공포가 여행에 대한 여행자의 질문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여행은 더 자주 가기 위해 가격 중심의 값싼 패키지투어나 최저가 개별여행을 선호했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질문은 항상 ‘어디서, 언제, 어디로, 어떻게 여행 가야 남들보다 싸게 갈 수 있나요?’였다. 하지만 앞으로 여행업계는 ‘이 여행은 안전한 집을 떠나 여행할 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요?’라는 여행자의 변화된 질문에 이전과는 다른 상품으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된 여행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신상품 전략의 첫 번째 키워드는 ‘시간 생산’이다. 시간을 일방적으로 소비만 하는 기존의 여행이 아니라 의료, 미용, 자격증, 학습 등 여행을 통해 국내나 현지에서 필요한 시간보다 적은 시간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학습하는 ‘시간 생산’ 신상품을 기획해야 한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다. 여행 중 여행자의 선택권이 없거나 선택에 제한이 많은 여행 상품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기존 값싼 패키지여행의 문제는 여행자의 선택권이 극히 제한된다는 것이다. 여행 중 방문지, 식당, 호텔, 차량 등 전 부문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신상품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 ‘탈 가격’이다. 탈 가격이라고 해서 가격을 높이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여행 카페 등이 따라 할 수 없는 알선력과 안내력을 지닌 신상품을 기획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격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품질 좋은 신상품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여행 신상품 기획 시 아마추어에게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전 산업, 서비스 영역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사라졌다. 특히 여행은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를 만나는 일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아마추어가 기획한 여행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값 주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추어를 적극 활용한다면 기존 상품 기획업무 직원의 수도 줄이거나 그들을 세일즈, 서비스 일선으로 공격적으로 전환 배치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것이다. 뉴욕의 쓰레기를 뉴욕 관광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저스틴 지냑(Justin Gignac)’처럼 여행자의 욕망과 두려움에 집중하면 틈새시장을 발굴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여행 신상품은 결국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패키지여행을 거부했던 여행자나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로 앞으로는 패키지여행 선택을 주저할 여행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수요’를 만드는 신상품을 의미한다. 영국의 신생 여행사 플래시팩(flash pack) 창업자 리 톰슨은 ‘플래시팩 이용자의 68%는 플래시팩을 찾기 전에 그룹투어(패키지투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그룹투어를 이용하지 않거나 주저하는 여행자에게 30~40대 싱글 직장인을 위한 그룹투어를 기획하여 여행자에게 가치와 의미 그리고 스타일을 제안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행산업은 단기적으로는 외부환경에 매우 취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와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그들에게서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과 호기심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에 기반을 둔 산업이라 그 어떤 산업보다 맷집이 세고 회복력이 강하다. 현재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을 이겨내고 여행자들이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상품을 만드는 대한민국 여행업의 부활을 바라고 기다린다.

글 : K트래블아카데미 오형수 대표
출처 : 여행신문(http://www.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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