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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우 옌당산·백장제 팸투어 음식 후기 – 중국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꾼 담백한 식탁

hivincent 2026.10.22 07:51 공유 0 댓글
원저우 팸투어 저녁 식탁에 길게 펼쳐 담아 나온 맛조개 요리, 쪽파와 간장 양념을 얹은 모습

원저우 팸투어에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풍경 사진 사이사이에 식탁 사진이 꽤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옌당산(雁荡山)의 기암과 백장제(百丈漈)의 물길만큼이나 이번 여행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이 바로 식사였습니다. 오늘은 그 식탁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원저우 팸투어 저녁 식탁에 길게 펼쳐 담아 나온 맛조개 요리, 쪽파와 간장 양념을 얹은 모습
길게 펼쳐 담아 나온 맛조개 요리. 원저우 식탁의 해산물을 대표하는 한 접시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초청을 받아 참여한 팸투어였고, 이 글은 그 일정에서 직접 먹은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원저우의 모든 식당을 평가하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경험한 식탁은 따로 글을 써서 소개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1.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사람의 고백

저는 해산물을 특별히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 제가 해산물 요리가 끼니마다 다양하게 올라오던 원저우의 식탁에서 음식에 대한 불만을 한 번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조금 편하게 표현하면 불만이 ‘1도 없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저에게 중국 음식은 호불호의 폭이 큰 음식이었습니다. 맛있게 즐기는 음식도 있었지만, 강한 향이나 짠맛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몇 번의 경험을 중국 음식 전체의 특징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담백함, 향신료의 유무가 아니라 강도의 문제

그런데 원저우에서 먹은 음식은 달랐습니다. 제 입맛에는 대체로 짜지않았고, 향신료의 향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담백했습니다. 낯선 음식에 적응하려 애쓰는 대신 식사 자체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원저우 향토 식당의 노란 국물 생선탕, 붉은 고추와 고수를 얹었지만 맛은 담백했던 요리
붉은 고추와 고수가 올라간 노란 국물의 생선탕. 보기보다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진을 보면 고추와 여러 양념이 들어간 요리도 보입니다. 그러니 ‘원저우 음식은 향신료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가 느낀 차이는 향신료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향과 간을 어느 정도 세기로 쓰느냐에 있었습니다.

이런 인상은 현지에서 이 지역 음식을 설명하는 방식과도 닿아 있습니다. 2026년 현지 보도는 원저우 요리인 어우차이(瓯菜)를 해산물을 중심으로 하되, 기름과 걸쭉한 전분 양념을 과하게 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으로 소개합니다. 제가 식탁에서 느낀 담백함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3. 사진으로 보는 세 번의 식탁

사진이 남아 있는 세 끼를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0월 17일 저녁 – 냉채로 열고 과일로 닫은 코스

17일 저녁은 하얀 접시에 한 가지씩 담겨 나오는 코스였습니다. 공심채, 돼지족발, 어묵이 먼저 나와 입맛을 열어 주었고, 이어서 솥에 눌러 볶은 볶음밥, 돼지고기 튀김, 뽕잎 튀김, 새우, 토란 요리, 두부 뚝배기, 김을 얹은 간장 조림 삼겹살, 간장 생선찜, 양갈비 구이, 청경채 볶음이 차례로 올라왔습니다. 마지막은 수박과 포도였습니다.

원저우 코스 요리의 첫 접시로 나온 공심채 요리
첫 접시, 공심채
오이 위에 얇게 썬 어묵을 겹쳐 담은 원저우 어묵 요리
얇게 썬 어묵
간장 볶음밥
간장 볶음밥
간장 조림 삼겹살
간장 조림 삼겹살
쪽파를 올린 간장 양념의 통생선찜
쪽파를 올린 간장 생선찜
옥수수를 곁들인 양갈비 구이, 해산물이 아닌 메뉴도 함께 나온 원저우 식탁
옥수수를 곁들인 양갈비 구이

공심채·돼지족발·어묵, 첫 세 접시의 간이 모두 순해서 이날 저녁의 분위기를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뽕잎 튀김처럼 처음 보는 접시도 있었습니다. 간장 조림 삼겹살은 색이 진했지만 단맛이 세지 않았고, 생선찜은 간장 국물이 맑아 생선 살의 맛이 그대로 났습니다. 양갈비와 청경채, 두부 뚝배기처럼 해산물이 아닌 음식이 사이사이에 끼어 있어 저 같은 사람도 젓가락이 쉬지 않았습니다.

10월 18일 점심 – 나무 찜통에서 김이 오르던 향토 식탁

18일 점심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도자기 접시와 무쇠 팬, 대나무 바구니에 음식이 담겨 나오는 향토 식당이었습니다. 바구니에 담아 낸 미꾸라지 튀김에는 다진 고추와 고수가 올라갔고, 찢어 낸 닭고기는 고운 양념 가루에 찍어 먹었습니다. 돼지머리 고기를 얹은 돼지머리국수, 노란 국물의 생선탕, 고추와 양파를 넣고 볶은 족발볶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떡 튀김, 콜리플라워 볶음, 오이볶음도 함께였습니다.

이 식당의 하이라이트는 식탁 위에 올린 나무 찜통이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김이 솟구치면 뚜껑을 열어 새우를 꺼내 주는데, 눈으로 먼저 먹는 요리였습니다.

나무 찜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새우를 익히는 장면
나무 찜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새우를 익히는 장면
나무 찜통 뚜껑을 열자 나온 통새우찜
뚜껑을 열면 나오는 새우찜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다진 고추와 고수를 얹은 미꾸라지 튀김
바구니에 담아 낸 미꾸라지 튀김, 고추와 고수 토핑
찢어 낸 닭고기와 찍어 먹는 양념 가루가 함께 나온 원저우 향토 요리
찢어 낸 닭고기와 찍어 먹는 양념 가루

고추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이는 식탁이었지만, 막상 먹어 보면 매운맛보다 재료의 맛이 먼저였습니다. 향신료의 ‘유무’가 아니라 ‘강도’의 문제라는 생각을 가장 분명하게 한 것이 바로 이 점심이었습니다.

10월 18일 저녁 – 맛조개와 국수로 마무리한 식탁

마지막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오리혀와 닭곰탕으로 시작해, 쪽파와 간장 양념을 얹어 길게 펼쳐 담은 맛조개, 소고기 무조림, 피단과 두부를 얹은 브로콜리, 새우와 생선 조림, 돼지고기 고추볶음, 조린 통생선이 올라왔고, 절임 채소와 고기 고명을 얹은 국수로 식사를 마쳤습니다.

고수를 얹은 오리혀 요리, 원저우 저녁 식탁의 첫 접시
고수를 얹은 오리혀
피단과 두부를 얹고 맑은 국물을 부은 브로콜리 요리
피단과 두부를 얹은 브로콜리
통생선 조림 요리
통생선 조림 요리
절임 채소와 고기 고명을 얹은 맑은 국물의 원저우 국수
절임 채소 고명을 얹은 국수로 마무리

마지막에 나온 국수는 국물이 맑고 고명이 짭짤해 해장 음식처럼 편안했습니다. 중국 연회 식탁의 마지막 순서로 면이나 밥이 나오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렇게 순한 국수는 처음이었습니다.

4. 해산물의 도시, 그러나 해산물만의 식탁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식탁에는 생선과 새우, 조개류가 다양한 모습으로 올라왔습니다. 길게 펼쳐 담은 맛조개, 찜통 가득한 새우, 간장 생선찜과 통생선 조림까지, 사진을 넘길 때마다 해산물의 존재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저보다 훨씬 반갑게 즐기셨을 것 같습니다.

돼지머리 고기와 새우, 버섯을 얹은 원저우 향토 식당의 돼지머리국수
돼지머리 고기를 얹은 돼지머리국수. 해산물을 즐기지 않아도 고를 것이 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먹을 것이 없는 식탁은 아니었습니다. 고기와 채소 요리, 국물과 면 요리가 늘 함께 나왔습니다. 덕분에 제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었고, 음식 때문에 아쉬웠던 기억은 없습니다.

5. 넓어진 중국 음식의 지도

식사를 하면서 북경과 상해, 홍콩과 장가계, 대만과 서안에서 먹었던 중국 음식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물론 만한전석을 다 맛본 것도 아니고, 지역마다 다른 중국 음식의 세계를 다 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 위에 원저우의 맛이 더해지면서, 제가 가진 중국 음식의 이미지는 한결 넓어졌습니다.

어느 지역의 음식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입맛에는 이번 원저우의 음식이 유난히 편안했고, 그것이 이번 여행의 반가운 발견이었습니다.

6. 식탁에서 떠올린 생각 하나

음식을 먹으며 혼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원저우 사람들이 해외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러 입맛을 받아들이는 음식 문화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물론 해외 이주와 귀향 때문에 원저우 음식이 담백해졌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마치며 – 결국 남는 것은 편안함

원저우의 식탁이 좋았던 이유를 돌아보면 결국 ‘편안한 맛’ 한 단어가 남습니다. 해산물을 즐기는 분에게는 미식의 도시로, 저처럼 해산물을 특별히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음식 걱정 없이 잘 먹고 온 여행지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원저우 코스 요리의 마지막으로 나온 수박과 포도
코스의 마지막, 수박과 포도

제게 원저우는 옌당산과 백장제의 풍경에 담백한 음식의 기억이 더해진 곳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돌아와 맛있게 식사했던 시간까지, 이번 여행은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웠던 여행으로 남았습니다.

풍경 이야기는 옌당산(雁荡山) 후기와 백장제(百丈漈) 후기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이 글은 초청 팸투어 일정에서 직접 먹은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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