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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제(百丈漈) 후기 — 천하제일 절경, 천하제일 추억 제조 폭포

hivincent 2026.10.20 11:34 공유 0 댓글
백장제 제2폭포 아래 물안개에 걸린 무지개

폭포 하나만 있어도 명산인데, 세 개를 가진 산

10월 18일, 「중국 원저우(溫州) 옌당산 백장제 웰니스 여행 4일」 팸투어의 3일차 아침은 원청(文成)에서 시작됐습니다. 호텔 조식을 마치고 전용 차량에 오르니, 이날 오전의 목적지는 단 하나, 백장제(百丈漈)였습니다.

산에 폭포가 하나만 있어도 그 산은 절경을 가진 명산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백장제는 그런 폭포를 세 개나 품고 있습니다. 제1폭포는 높이로, 제2폭포는 깊이로, 제3폭포는 너비로 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데, 하나만 떼어 놓아도 이름값을 할 폭포들이 한 계곡 안에 차례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백장제를 다녀온 뒤 머릿속에 남은 것은 폭포의 높이나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폭포 앞에서 일행과 찍은 사진, 걷는 내내 끊이지 않던 대화였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을 먼저 적어 둡니다. 백장제는 천하제일의 절경을 가진 폭포이면서, 동시에 천하제일의 추억 제조 폭포입니다.

바위에 새긴 中華第一高瀑 百丈漈 글씨와 207m 제1폭포

백장제(百丈漈), 어떤 곳인가

백장제는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원청현(文成縣)에 있는 삼단 폭포입니다. 원청은 명나라 개국공신 유백온(劉伯溫, 본명 유기)의 고향으로, 현의 이름 자체가 그의 시호 「문성(文成)」에서 왔습니다. 백장제는 「유백온 고향 경구(劉伯溫故里景區)」의 핵심 명소이고, 이 경구는 국가 5A급 관광지입니다.

「제(漈)」는 원저우와 푸젠 동부 지역 방언으로, 높고 큰 폭포를 뜻합니다. 「백장(百丈)」은 백 장, 곧 300m가 넘는 높이를 말하니 이름부터가 「300m 넘게 떨어지는 큰 폭포」입니다. 실제 총낙차는 353m로, 길이 1,200m의 V자형 계곡을 따라 세 단으로 꺾여 떨어지며 연중 마르는 날이 없습니다.

백장제 제1폭포와 제2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숲 사이로 내다본 백장제 제1폭포
구분 높이 폭 특징
제1폭포(一漈) 207m 단일 낙차 30여 m 2013년 상하이 대세계 기네스 본부가 중국 단일 낙차 최대 폭포로 공인, 「중화제일고폭(中華第一高瀑)」
제2폭포(二漈) 약 85m — 위아래 두 단으로 나뉘고, 그 사이에 길이 50여 m·깊이 8m의 수렴동(水簾洞) 바위 통로가 있어 폭포 뒤로 걸어 지나감
제3폭포(三漈) 12m 80여 m 낮고 넓게 펼쳐지는 폭포, 아래에 얕은 못

현지에서는 세 폭포를 「제1폭포는 백 장 높이, 제2폭포는 백 장 깊이, 제3폭포는 백 장 너비(一漈百丈高, 二漈百丈深, 三漈百丈寬)」라고 부릅니다. 「제1폭포는 웅장하고, 제2폭포는 기이하며, 제3폭포는 그윽하다(一漈雄, 二漈奇, 三漈幽)」는 말도 있습니다. 중국 10대 폭포의 하나로 꼽히고, 트립닷컴 「원저우 글로벌 여행자 추천 명소」에서는 옌당산에 이어 2위이면서 순위 안 최고 평점(4.8점, 리뷰 4,100여 개)입니다.

유백온은 이 폭포를 두고 시를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懸崖峭壁使人驚 百斛長空拋水晶 六月不辭飛霜雪 三冬更有怒雷鳴
깎아지른 절벽이 사람을 놀라게 하고, 백 섬의 수정을 허공에 뿌리는 듯하며, 유월에도 서리와 눈이 날리고, 한겨울에는 성난 우레 소리가 울린다.

600여 년 전 사람이 본 백장제와 제가 본 백장제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코스: 천천히 걸으며 대화할 수 있는 길

백장제는 체력을 걱정할 코스가 아닙니다. 우리 일행은 계곡 아래쪽 제3폭포에서 출발해 제2폭포, 제1폭포 순서로 데크길과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고, 207m 제1폭포까지 본 뒤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왔습니다. 오르막이 있지만 완만한 데다 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고 나무 그늘이 이어져, 10월 한낮의 햇볕에도 덥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고 쉬어 가는 시간을 넉넉히 넣어도 두세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오르막이 완만하니 앞사람 등만 보고 걷는 산행이 아니라, 옆 사람과 이야기하며 걷는 산책에 가깝습니다. 폭포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깔리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음 폭포가 나타나니, 지루할 틈도 숨이 찰 틈도 없습니다.

백장제 제1폭포를 가리키는 여행 일행백장제 난간길에서 제2폭포와 제1폭포를 배경으로

옌당산을 걸은 다음 날이라 다리가 무거울 법도 했는데, 백장제에서는 누구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여기서 사진 한 장 더」라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제3폭포(三漈): 낮지만 가장 넓고, 가장 조용한 폭포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제3폭포였습니다. 높이는 12m로 낮지만 폭이 80m가 넘습니다. 물이 넓은 커튼처럼 펼쳐지고, 폭포 앞에는 비스듬히 자란 나무 한 그루와 징검돌이 놓인 돌길이 있습니다. 위에서 기다리는 두 폭포에 앞서 눈과 귀를 풀어 주는 자리입니다.

백장제 제3폭포, 폭 80m가 넘는 물의 커튼과 비스듬한 나무

여기서는 모두 걸음이 느렸습니다. 폭포 소리도 우레가 아니라 냇물 소리에 가깝고, 숲 사이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카메라를 꺼내 첫 사진을 찍고, 올라갈 길을 가늠하고, 그러다 아무 말 없이 폭포만 바라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세 폭포를 다 보고 나면 왜 「제3폭포는 그윽하다(三漈幽)」고 했는지 알게 됩니다.

제2폭포(二漈): 폭포 뒤를 걸어서 지나가는 길

제2폭포는 백장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간입니다. 높이 약 85m의 물이 위아래 두 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는데, 그 사이에 길이 50여 m의 바위 통로, 수렴동(水簾洞)이 있습니다. 쏟아지는 물줄기 뒤편을 걸어서 통과하는 길입니다. 우비를 입어도 물보라가 들이치지만, 물의 장막 너머로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경험은 다른 곳에서 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는 어른들이 아이처럼 소리를 지릅니다.

백장제 제2폭포 아래 난간길과 폭포 뒤 바위 통로백장제 제2폭포 수렴동을 빠져나온 자리의 못과 반영

통로를 빠져나오면 폭포를 정면에서 올려다보는 나무 난간 전망대가 있습니다. 해가 비치는 시간에는 폭포 아래 물안개에 무지개가 걸립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무지개가 떴고, 분홍 우비를 입고 무지개 앞에 선 사진은 이날의 대표 사진이 됐습니다. 제2폭포가 「들어가는 폭포」라면, 위에서 기다리는 제1폭포는 「올려다보는 폭포」입니다.

전망대 앞 얕은 못에는 붉은 잉어가 떼 지어 헤엄칩니다. 물이 맑아 폭포와 사람과 잉어가 한꺼번에 수면에 비치는데, 이 반영 사진을 찍으려고 일행 모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백장제 제2폭포 앞 무지개와 우비를 입은 여행자붉은 잉어가 헤엄치는 못에 비친 백장제 제2폭포

제1폭포(一漈): 207m,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

세 폭포 중 마지막,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난 것이 제1폭포였습니다. 207m 절벽 위에서 한 줄기로 떨어지는 물은 모습보다 소리가 먼저 몸에 와 닿습니다. 폭포 아래 서면 세 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우물 바닥에 선 느낌이 드는데, 고개를 끝까지 젖혀야 물이 시작되는 지점이 보입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흰 물줄기가 수직으로 꽂히는 장면은 사진보다 눈으로 볼 때 훨씬 큽니다.

백장제 제1폭포와 정자정자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올려다본 백장제 제1폭포

폭포 앞에는 중국식 정자가 서 있습니다. 정자와 폭포를 한 프레임에 넣으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되는데, 정자 안은 물안개가 심해 오래 서 있으면 옷이 젖습니다. 사진은 정자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찍는 것이 폭포 전체와 정자를 함께 담기에 가장 좋았습니다.

바위에 붉게 새긴 「中華第一高瀑 百丈漈」 글씨 앞은 누구나 한 번은 서는 자리입니다. 우리 일행도 한 사람씩 순서대로 섰습니다. 그리고 바위 위에 올라 두 팔을 번쩍 들고 찍은 사진은 이 여행 최고의 한 장이 됐습니다. 207m 폭포를 등에 지고 서면 누구라도 그 자세가 나옵니다. 제1폭포를 끝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면, 세 폭포를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올려다본 오전이 마무리됩니다.

백장제 바위 글씨 위에 선 사람과 207m 물줄기백장제 제1폭포 앞 바위 위에서 두 팔을 든 여행자

10여 년 만에 꺼낸 DSLR, 잘 챙겨 왔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제게 백장제는 주저 없이 엄지를 세울 수 있는, 이번 팸투어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10여 년 만에 무거운 DSLR 카메라를 챙겨 갔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어깨가 무거워 「괜히 가져왔나」 싶은 순간이 없지 않았는데, 백장제에서 그 생각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괜히 가져왔다고 후회하지 않고, 잘 챙겨 왔다고 만족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선글라스 렌즈에 비친 백장제 제2폭포

207m 물줄기를 장노출로 비단처럼 담고, 수렴동 안에서 물의 장막 너머를 찍고, 못에 비친 잉어와 폭포를 한 장에 넣는 일은 휴대전화로는 아쉬운 작업입니다. 세 폭포가 저마다 다른 구도를 내어 주니, 셔터를 누를 때마다 다른 사진이 나왔습니다.

찍은 사진을 일행에게 공유했더니 모두 만족해했습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어서가 아니라, 멋진 풍경이 다 했습니다.^^

천하제일 절경, 천하제일 추억 제조 폭포

백장제가 특별한 이유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절경과 추억이 같은 자리에서 만들어집니다.

보통 절경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높은 곳에 있으면 올라가야 하고, 깊은 곳에 있으면 내려가야 하고, 그 길이 힘들면 풍경을 보는 사람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집니다. 사진 속 표정이 굳고, 대화는 「조금만 더 가면 돼」 한마디로 줄어듭니다. 백장제는 다릅니다. 207m 폭포 앞에 서는 데 땀을 흘릴 필요가 없고, 폭포 뒤를 걷는 데는 용기가 조금 필요할 뿐입니다. 길이 편하니 사람은 풍경과 옆 사람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백장제 폭포 앞 난간에 기대 커피 한 잔백장제 제2폭포 앞에 선 여행자백장제 폭포를 등지고 선 여행자

그래서 백장제에서 찍은 사진에는 모두 웃는 얼굴이 담겼습니다. 선글라스 렌즈에 폭포가 비친 사진, 난간에 기대 커피 잔을 든 사진, 바위 위에서 두 팔을 벌린 사진, 분홍 우비를 입고 무지개 앞에 선 사진. 폭포 세 개가 각각 다른 배경이 되어 주니 같은 사람의 사진인데도 세 장이 모두 다릅니다.

여행에서 끝까지 남는 것은 결국 「그때 거기서 우리가」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백장제는 그 이야기를 하나가 아니라 세 개씩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저는 백장제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천하제일의 절경을 가진 폭포이자,
천하제일의 추억 제조 폭포.

百丈漈 · 중국 저장성 원저우 원청현

백장제 방문 팁

  • 우비: 제2폭포 수렴동과 제1폭포 정자 근처는 물보라가 심해 우비 없이는 옷이 젖습니다. 현지 우비는 얇은 편이라 한국에서 챙겨 가는 것이 낫습니다.
  • 방수: 휴대전화와 카메라는 방수 파우치나 지퍼백을 준비하세요. 수렴동 안에서는 카메라가 반드시 젖습니다.
  • 신발: 바닥이 젖어 있는 구간이 많아 미끄럼 방지가 되는 운동화가 맞습니다.
  • 운영시간: 08:00~17:00, 입장 마감 15:30(트립닷컴 2026년 10월 기준). 해가 높이 뜬 시간에 가야 제2폭포 무지개를 볼 확률이 높습니다.
  • 사진 포인트: 제3폭포는 나무 앞 돌길, 제2폭포는 수렴동을 빠져나온 뒤의 난간 전망대, 제1폭포는 정자로 이어지는 길목.
  • 소요시간: 사진 찍고 쉬어 가며 두세 시간. 오전에 백장제를 보고 점심 후 원저우 시내로 이동하면 하루 일정이 딱 맞습니다.

폭포 하나로도 명산이 되는데, 백장제는 세 개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세 개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옆 사람과 웃으며 걸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원저우에 가신다면 백장제는 빼지 마세요.

참고: 트립닷컴 백장제 트립 모먼트 · 當代中國, 중국 10대 폭포 백장제 · 澎湃新闻, 백장제 단일 낙차 207m 공인 · 澎湃新闻, 총낙차 353m

관광·여행업 강의 및 컨설팅 문의: hivinc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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