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3천만 명 시대를 앞두고 ‘숙박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호텔을 더 지어야 한다, 도시민박을 확대해야 한다, 공유숙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관광객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숙박 인프라 확충은 당연히 필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가 ‘침대 수’에만 머문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은 서울, 제주, 부산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명동, 홍대, 강남을 중심으로 머물고,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제주나 부산을 잠시 다녀오는 동선이 사실상 표준 코스처럼 굳어진 지 오래입니다.
반면 강원, 충청, 호남, 영남 내륙에는 충분한 관광자원과 지역 고유의 매력이 있음에도 외래관광객의 주요 동선에서는 여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이는 지역에 머물 만한 이유가 없어서라기보다, 외래관광객이 그 지역까지 이동하고 체류하도록 만드는 연결 구조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해법도 달라집니다.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 서울, 제주, 부산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외래관광객의 체류 비중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외래관광객 3천만 명 시대에 특정 지역 집중 비중을 90%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낮춘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9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과 제주, 부산의 숙박 수요는 지금처럼 ‘숙박 대란’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과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존 호텔과 제도권 숙박 인프라로도 상당 부분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동시에 지방의 유휴 숙박 자원과 관광 인프라를 활용할 기회도 커집니다.
결국 숙박 부족은 문제의 전부가 아닙니다. 핵심은 관광객이 몇몇 지역에 지나치게 몰리는 구조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오랫동안 ‘지역관광 활성화’와 ‘수도권 집중 완화’를 말해 왔음에도, 정작 숙박 정책에서는 이 방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관광 활성화는 문화, 콘텐츠, 축제 정책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구호입니다. 하지만 외래관광객을 어디에서 자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가면, 논의는 다시 서울, 수도권, 제주, 부산의 숙박 공급 확대 쪽으로 돌아갑니다.
최근 부각되는 도시민박업 규제 완화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도심과 제주에서 숙박 공급을 어떻게 더 늘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이것이 지역 분산이라는 큰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그 결과는 분명합니다. 수도권과 제주, 부산은 숙박 수요 증가와 함께 임대시장 압박, 주거 불안, 생활공간의 관광지화라는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반대로 지방은 빈집과 유휴 숙박 자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외래관광객의 발길을 충분히 끌어오지 못합니다. 한쪽은 과부하이고, 다른 한쪽은 공동화입니다. 이 비대칭 구조야말로 ‘K관광 숙박 부족’이라는 진단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문제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숙박 공급을 무조건 늘리는 일이 아닙니다. 숙박 정책과 지역분산 정책을 하나로 묶는 통합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외래관광객이 서울에 도착하더라도 강릉, 안동, 전주, 통영, 목포, 군산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그곳에서 하루 더 머물며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외래관광객 3천만 명 시대를 진정으로 준비하는 길은 서울에 호텔 객실을 더 많이 늘리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 다양한 지역에서 하루 더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입니다. K관광이 지금 답해야 할 질문은 ‘침대를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아닙니다. ‘외래관광객을 어디에서 머물게 할 것인가’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숙박시설을 아무리 늘려도 K관광의 병목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3천만 명 시대 K관광의 진짜 과제는 객실 수 확대를 넘어, 외래관광객이 더 다양한 지역에서 머물고, 소비하고, 경험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