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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히치하이킹’, 외국인 관광객 전용 K카풀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hivincent 2026.08.07 07:41 공유 0 댓글

‘K-히치하이킹’, 외국인 관광객 전용 K카풀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제주에서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있습니다. 한낮 무더위 속 버스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들, 그리고 그 곁에서 더위에 지쳐 가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어제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 풍경과 마주쳤습니다. 제 렌터카의 빈자리를 내어주고 싶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의 차를 저들이 과연 안심하고 탈까 망설이는 사이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백미러에 남은 그 모습이 K-히치하이킹 제안의 출발점입니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숙소도 음식도 아닌 ‘이동’입니다.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관광지 중심으로 짜여 있지 않으며, 택시는 요금 부담에 앞서 호출 자체가 어려운 지역이 많습니다. 렌터카는 총량제로 공급이 묶여 있는 데다, 국제운전면허 상호 인정 문제로 아예 운전대를 잡을 수 없는 국적의 관광객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허용 방안이 발표 이틀 만에 철회된 일은, 이 문제를 공급 확대만으로 풀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발상을 바꾸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미 제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도민과 내국인 관광객의 차량, 그 빈 좌석을 외국인 관광객과 나누는 것입니다. 어제의 저처럼 호의를 건네고 싶어도 망설이는 운전자에게는 믿고 내밀 수 있는 표지를,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에게는 안심하고 올라탈 수 있다는 확신을 제도가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K-히치하이킹’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정식 명칭은 ‘코리아 세이프 히치하이킹(Korea Safe Hitchhiking)’. 여행자가 길가에서 손을 들어 낯선 차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거친 운전자가 먼저 좌석을 내어주겠다고 손을 드는, 히치하이킹의 낭만은 살리고 위험은 덜어낸 한국식 히치하이킹입니다. 이 K-히치하이킹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외국인 관광객 전용 카풀존’입니다.

구상은 이렇습니다. 제주도가 도민과 제주 여행 중인 내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카풀 참여 차량 신청을 받아, 검증을 거친 차량에 식별 표지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인근에 카풀존을 지정해, 표지를 단 차량과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만나 자발적으로 동승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탑승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이 차량번호를 등록하면, 도는 운전자에게 탐라전 같은 지역화폐,영화관람권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차량번호 등록은 보상의 근거인 동시에 누가 누구의 차량에 탑승했는지를 남기는 안전 기록이 되어, 하나의 장치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런 제안에는 으레 두 가지 우려가 따릅니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안전 문제입니다. 그래서 설계의 순서가 중요합니다.

첫째, 카풀존은 택시 호출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운 지역부터 설치해야 합니다. 호출 앱 데이터를 보면 중산간 마을, 읍면 지역, 심야 시간대처럼 호출을 해도 배차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바로 그곳, 그시간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는 택시의 손님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택시가 애초에 가지 않는 곳의 이동권을 채우는 일입니다. 기존 운송업계와의 상생은 선언이 아니라 이러한 입지 설계로 증명해야 합니다.

둘째, 이용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한정해야 합니다. 내국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의 무허가 운송 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택시 수요 잠식 논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렌터카도, 호출 앱도, 현금 승차도 모두 어려운, 기존 교통 체계가 사실상 포기한 수요층입니다. 여권 기반 등록으로 이용 자격을 확인하면 대상 한정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제도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카풀 운전자 신청 단계에서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 범죄경력 및 운전경력 검증을 거치고, 등록 차량에 대해서는 도가 단체 상해보험을 일괄 가입해 자가용 보험의 유상운송 면책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승하차 기록이 앱에 남는 구조라면, 오히려 기록이 전혀 남지 않는 일반 히치하이킹보다 안전한 이동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 구상이 결코 무모한 실험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레조 푸스(Rézo Pouce)’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조직화된 히치하이킹 네트워크입니다. 신분 확인을 거쳐 가입한 운전자의 차량에 스티커를 붙이고 마을마다 지정 승차 지점을 두는 방식으로, 수천 개 기초지자체에서 농촌 이동 대책으로 운영되며 유럽연합 차원의 우수사례로도 소개되었습니다. 운전자 등록과 차량 표지, 지정 승차 지점이라는 이 제안의 뼈대는 이미 유럽이 검증한 모델인 셈입니다. 다만 레조 푸스는 어디까지나 주민과 내국인 여행자의 일상 이동을 위한 제도입니다.

K-히치하이킹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 전용’이라는 대상 설계와 ‘탐라전,영화관람권’이라는 인센티브를 결합해, 교통 정책을 넘어 관광 정책이자 국가 브랜드 전략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검증된 뼈대에 한국만의 살을 붙이는 일입니다.

이런 자발적 K-히치하이킹은 안전한 대한민국과 친절한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실험입니다. 밤늦게 혼자 거리를 걸어도 위협을 느끼지 않고, 카페에 두고 간 지갑과 휴대전화가 주인에게 돌아오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낯선 여행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길을 알려주다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마는 한국인의 정은 이미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기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레조 푸스가 마을 주민 사이의 오랜 신뢰 위에서 작동했다면, 우리는 치안과 시민의식이라는 국가 단위의 자산 위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여행자에게까지 좌석을 열 수 있습니다. K-히치하이킹은 새로운 인프라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미 가진 미덕을 관광 자원으로 바꾸는 사업입니다. K-팝이 우리의 음악을, K-푸드가 우리의 밥상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었듯, K-히치하이킹은 한국인의 친절과 대한민국의 치안을 세계 여행자의 경험으로 만들 것입니다.

이 제도가 가져올 것은 이동 편의만이 아닙니다. 도민의 차 안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와 친절은 제주 관광의 인상을 바꾸는 민간 외교가 될 것입니다. 관광객은 교통비를 아끼고, 도민은 문화 혜택을 얻고, 도는 큰 예산 없이 교통 사각지대를 메웁니다.

물론 시범사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택시 호출 사각지대 두세 곳에 카풀존을 지정하고, 다국어 등록 앱과 보험, 운전자 검증 체계를 갖춘 뒤 성과를 측정하면 됩니다. 부정 등록 방지 장치, 인센티브의 적정 수준, 택시업계와의 협의 구조 등 다듬을 부분은 실증 과정에서 데이터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관광객 이동권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공급을 늘리는 길이 막혀 있다면, 이미 도로 위에 있는 좌석을 나누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택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부터, 제주가 K-히치하이킹의 첫 정류장이 되기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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