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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업이야기

가격은 자유롭게, 속인 가격은 반드시 배상하게!

hivincent 2026.07.30 11:01 공유 0 댓글


정부가 관광지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은 8월 4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한옥체험업과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숙박요금을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한 금액보다 더 받으면 첫 위반부터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습니다. 2차 위반은 15일, 3차는 1개월, 4차에는 등록이 취소됩니다.

기존에는 한옥체험업이 같은 의무를 위반해도 1차 처분이 시정명령에 그쳤고,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는 요금 게시와 준수 의무 자체가 없었습니다. 지난 7월 14일부터 일반숙박업과 생활숙박업에도 비슷한 처분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음식점과 택시에 대한 제재 강화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휴가철마다 반복되는 바가지 논란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옳습니다. 관광지 바가지는 한국 관광의 신뢰를 갉아먹는 고질적인 문제이고, 방한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만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단속에 앞서 무엇을 바가지요금으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저는 바가지요금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바가지는 비싼 가격이 아니라 속이는 가격입니다.

성수기에 숙박요금이 평소보다 크게 오르는 것 자체는 위법도, 부당행위도 아닙니다.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항공권과 호텔, 공연 입장권도 예약 시점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소비자는 사전에 제시된 가격을 보고 예약하거나 다른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 높다는 사실이 아니라 소비자가 동의한 가격보다 더 받는 행위입니다. 예약 단계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보여주고 결제 단계에서 필수비용을 붙이거나, 현장에서 고지하지 않은 청소비·침구비·냉난방비를 요구하거나, 이미 확정된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하는 행위가 진짜 바가지입니다.

따라서 원칙은 분명해야 합니다.
가격은 사업자가 자유롭게 정하되, 소비자가 동의한 총액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도 높은 가격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금을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한 금액보다 더 받는 행위를 제재한다는 점에서 기본 방향은 타당합니다. 다만 행정처분의 기준이 되는 ‘게시된 요금’이 무엇인지, 어느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까지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새로운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날 숙박요금은 성수기와 비수기, 주중과 주말, 예약 시점, 객실 유형, 숙박 인원, 환율과 플랫폼 할인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집니다. 이 환경에서 벽에 붙여놓은 하나의 고정 요금표만으로 실제 판매가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요금 게시 의무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종이 요금표 중심의 제도를 디지털 거래 환경에 맞게 바꾸자는 것입니다.

예약이 온라인에서 이뤄졌다면 소비자가 최종 결제 직전에 확인한 총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현장 방문 고객이라면 결제 전에 화면이나 서면으로 제시하고 고객이 동의한 총액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접객대의 QR코드를 통해 날짜별·객실별 실시간 요금과 총액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면 요금 게시 의무와 변동가격제를 함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총액에는 객실을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모두 포함돼야 합니다. 청소비, 침구비, 필수 냉난방비,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수수료를 마지막 결제 단계에서 따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선택 가능한 부가서비스와 보증금, 환율 변동이나 카드사의 해외결제 수수료처럼 숙박업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비용은 별도로 구분해 고지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둘러싼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됩니다. 가격이 언제, 얼마로 변했는지가 아니라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얼마에 동의했고 실제로 얼마를 결제했는지를 비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도 같은 원칙 위에서 설계돼야 합니다. 알려진 방안은 숙박업자가 비수기·성수기·특별행사 기간별 요금 상한을 스스로 정해 지방정부에 신고하고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자율적으로 정한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는 타당합니다. 다만 신고가격을 변경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지방정부가 사실상 가격 인하를 압박한다면 자율적 가격 공개가 행정적 가격 통제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정해야 할 것은 적정 숙박가격이 아니라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규칙입니다. 가격 수준은 시장이 결정하고, 정부는 고지하지 않은 비용과 확정가격 초과 청구를 막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준이 단순해지면 신고와 피해구제도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바가지 피해자는 외국인 관광객이거나 여행 일정에 쫓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공서에 전화하고 여러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면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은 소비자는 신고를 포기하기 쉽습니다.

신고는 스마트폰 하나로 끝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약 확인서와 결제 내역을 촬영해 제출하고, 계약 당시 총액과 실제 청구액을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QR 신고창구를 숙박업소와 관광안내소에 비치하고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주요 언어를 지원해야 합니다.

다만 두 금액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업자의 고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박업자에게도 정당한 추가비용이나 단순 결제 오류를 소명할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사업자에게 짧은 기간 안에 소명하도록 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지 못하면 초과분을 우선 환불하는 신속 절차가 필요합니다. 환율 차이, 보증금 승인, 선택 서비스 이용료처럼 정상적인 사유가 확인되면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의 영업정지는 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이지만 피해자가 돌려받는 돈은 아닙니다. 업소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관광객이 초과 지급한 금액을 되찾으려면 별도의 환불이나 분쟁조정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사업자를 처벌하는 것과 소비자의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영업정지와 함께 신속한 환불과 법정배상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과 청구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초과분은 전액 환불해야 합니다. 고의적인 미고지나 반복적인 초과 청구가 확인되면 초과금액에 일정 비율의 배상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3만 원을 부당하게 더 받았다가 적발돼도 3만 원만 돌려주고 끝나는 구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적발되지 않았을 때의 이익보다 적발됐을 때의 손실이 커야 바가지는 남는 장사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환불과 배상을 행정기관이 자동으로 집행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배상 기준과 상한, 고의·과실의 구분, 사업자의 소명과 이의신청 절차, 숙박업자와 예약 플랫폼의 책임 범위도 함께 규정해야 합니다. ‘금융치료’라는 구호만으로 사업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의 신속한 피해 회복과 사업자의 적법한 방어권이 함께 보장돼야 제도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영업정지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고의성과 반복성에 따라 환불·배상과 행정처분을 단계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단순한 직원 실수나 시스템 오류는 즉시 환불하고 시정하도록 하되, 고의적인 추가 청구와 반복 위반은 배상액과 영업정지 기간을 가중해야 합니다. 상습적으로 소비자를 속인 업소는 최종적으로 등록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채찍만큼 당근도 필요합니다. 필수비용을 포함한 총액을 정확히 표시하고, 취소·환불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소비자 분쟁을 성실하게 처리한 업소에는 ‘안심가격 인증’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인증업소를 공공 관광플랫폼과 지방정부 홍보, 관광안내소 추천에서 우대한다면 정직한 가격 표시가 규제 준수를 넘어 실질적인 경쟁력이 됩니다.

결국 바가지를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처벌 수위만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바가지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장에 분명히 알리는 것입니다.

속여서 받은 돈은 신속하게 환불되고, 고의적인 속임에는 추가 배상이 따르며, 반복 위반 기록은 영업정지와 등록 취소로 이어져야 합니다. 반대로 정직한 업소는 인증과 노출 확대를 통해 보상받아야 합니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업주는 스스로 계산하게 됩니다. 눈앞의 몇만 원을 더 받는 것보다 잃게 되는 돈과 신뢰가 훨씬 크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가지요금은 업주의 도덕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바가지가 이익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제도 설계의 문제입니다.


원칙은 가격은 자유롭게, 속인 가격은 반드시 배상하게입니다. 판정은 소비자가 동의한 총액과 실제 청구액의 비교로, 피해구제는 신속한 환불과 법정배상으로, 상습 위반은 영업정지와 등록 취소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 세 단계가 제대로 연결될 때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정직한 업주는 과잉 규제로부터 보호받으며, 악성 업소는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규제의 성패는 처벌이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바가지가 결코 남는 장사가 되지 않도록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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