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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글로벌 OTA 지원 논란, 비판의 화살이 잘못 겨눠졌습니다

hivincent 2026.09.10 16:29 공유 0 댓글
기고

관광공사 글로벌 OTA 지원 논란,
비판의 화살이 잘못 겨눠졌습니다

관광공사는 해외 OTA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를 지원한 것입니다. 비판의 힘은 국내 OTA를 키울 설계를 요구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2026. 9. 10.
공항 전망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여행을 검색하는 외국인 여행자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계원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두고 한국관광공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관광공사가 OTA 연계 인바운드 사업에 집행한 예산 213억 6,042만 원 가운데 141억 7,341만 원(66.4%)이 해외 OTA로 흘러갔고, 사업 건수로도 해마다 70~90%가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됐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이력까지 겹치면서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를 거들었다”는 비판이 따라붙었습니다.

지적 자체는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논란의 과녁이 잘못 놓였다고 봅니다. 관광공사는 관광공사의 일을 했고, 공정위는 공정위의 일을 했습니다. 각자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01

인바운드 사업은 ‘누구를 지원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파느냐’의 문제입니다

해외 카페에서 태블릿으로 한국 여행 상품을 보는 외국인 여행자

인바운드 사업은 해외에 있는 외국인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상품은 외국인 소비자가 실제로 머무는 판매 창구에 진열되어야 합니다. 방콕과 자카르타, 타이베이와 파리의 여행자는 한국의 국내 OTA 앱을 내려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쓰고 있던 플랫폼에서 검색하고 결제합니다. 고객이 글로벌 OTA에서 예약하고 결제하기 때문에,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 그 플랫폼에 예산을 쓴 것입니다. 이것은 글로벌 OTA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유통 현실에 대한 순응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이미 선택한 채널을 두고 “왜 거기에 예산을 썼느냐”고 묻는다면, 남는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해외 관광객 유치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이 됩니다. 저는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02

점유율에 따른 배분은 마케팅 예산의 보편적 원리입니다

예산과 관광객 유치 성과를 저울에 올린 이미지

공동 마케팅 예산은 송출 실적과 도달 규모를 기준으로 배분됩니다. 외국인의 한국 여행 예약에서 글로벌 OTA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해외 66.4% 대 국내 33.6%라는 수치는 오히려 국내 사업자가 점유율 이상으로 배려된 결과라고 읽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이 숫자를 편중의 증거로 제시하려면, 비교 기준이 되는 실제 인바운드 예약 점유율을 함께 내놓는 것이 공정한 검증일 것입니다.

해외 OTA
66.4%
141억 7,341만 원
국내 OTA
33.6%
총 예산 213억 6,042만 원 기준
03

공정위 제재 이력과 마케팅 채널 선정은 서로 다른 트랙입니다

거래질서를 담당하는 기관과 관광객 유치를 담당하는 기관의 역할 분담

아고다와 부킹닷컴의 ‘환불 불가’ 약관 문제처럼, 해외 OTA의 불공정 약관과 소비자 피해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제재 이력을 이유로 해당 채널을 유치 사업에서 배제하면, 손실은 플랫폼이 아니라 그 채널로 손님을 받아 온 국내 호텔·게스트하우스·지역 액티비티 사업자가 떠안습니다. 거래질서는 공정위와 입법으로 교정하고, 관광객 유치는 관광공사가 수행하는 것이 제도의 설계입니다. 엇박자로 보이는 장면의 실체는 역할 분담입니다.

04

진짜 문제는 국내 OTA를 지원할 ‘실적과 회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야간 사무실에서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플랫폼 팀

국내 OTA가 해외 고객에게 닿지 못한 이유는 예산 배분이 아니라 다국어 대응, 해외 결제와 환율,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해외 마케팅 자본의 격차에 있습니다. 인바운드 유치 예산으로 이 격차를 메우려 하면 유치 성과와 산업 육성 어느 쪽도 얻지 못합니다. 목적이 다른 예산을 하나로 묶는 순간 두 정책이 동시에 실패합니다.

제언

요구해야 할 것은 ‘해외 OTA 지원 중단’이 아니라 별도 트랙의 신설입니다

지역 관광 기반을 새로 닦는 공사 현장과 외국인 관광객
01

국내 OTA의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된 예산과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다국어·결제 인프라, 해외 현지 마케팅, 해외 제휴망 구축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 사업이 필요합니다.

02

관광공사 사업을 설계할 때 국내 사업자 참여 트랙을 별도로 두고, 단독 수행이 어려운 영역은 글로벌 OTA와의 공동 사업에 국내 사업자를 참여시켜 실적과 데이터를 축적하게 해야 합니다.

03

글로벌 OTA와의 계약에 예약·검색 데이터의 공유와 국내 소비자 보호 준수 확약을 조건으로 넣어야 합니다. 세금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데이터와 책임을 함께 가져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04

비지트코리아 등 공사 자체 채널과 지역 DMO의 직판 역량을 키워 플랫폼 종속도 자체를 낮춰야 합니다.

국회의 문제의식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진단은 타당합니다. 국내 플랫폼은 규제를 지키고 해외 플랫폼은 규제 사각지대를 누리는 비대칭은 입법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국내 OTA 육성을 위한 별도 예산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관광공사는 해외 OTA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를 지원한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비판의 힘은 국내 OTA를 키울 설계를 요구하는 데 쓰여야 하고, 해외 관광객이 선택한 판매 창구를 닫으라는 요구로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방법은 상대 팀의 관중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뛸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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