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사보다 로컬 크리에이터 유치가 먼저입니다
최근 외래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을 해결할 방안으로 ‘지방공항 국제선 확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게이트웨이를 다변화하여 지방 체류를 유도하겠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한국 관광산업이 반복해 온 하드웨어 중심 사고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지역관광 소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그곳이어야 하는가’입니다.
관광객의 발길을 움직이는 본질은 공항의 유무가 아니라, 그 지역만이 가진 독창적이고 다양한 콘텐츠입니다. 지역의 식문화, 공간, 커뮤니티를 매력적인 경험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생태계가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이유가 명확하다면, 여행자는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도 기꺼이 찾아갑니다. 접근성은 방문을 용이하게 할 뿐, 방문의 동기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다양한 콘텐츠 없는 활주로 확장, 외항사 유치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에 설치하는 출렁다리입니다.
지방공항 활성화론은 국토가 넓어 항공 이동이 필수적인 국가들의 성공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입니다. 국토 면적 약 10만㎢의 대한민국은 KTX·SRT와 고속버스망이 전국을 1~2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부산까지 KTX로 약 2시간 40분, 전주·대구·강릉까지 약 2시간이면 도착합니다. 번거로운 환승 절차를 거쳐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철도와 지하철을 고도화하거나 인천공항 출발 KTX·SRT를 확대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입니다. 한국의 지리적 조건을 무시한 항공 중심 인바운드 전략은 투입 대비 효과가 낮은 자원 배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국인조차 이용하지 않는 공항에 국제선을 추가한다고 외래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는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주술적 믿음입니다.
신규 공항 건설, 활주로 확장, 슬롯 확보, 외항사 유치 인센티브에는 최소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단위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 비용의 몇 퍼센트만이라도 로컬 크리에이터의 발굴·양성·유치에 투자한다면 어떨까요? 지역의 숨은 장인, 로컬 셰프, 지역 예술가, 콘텐츠 기획자를 찾아내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독창적인 로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활주로 하나를 연장하는 비용이면 수백 명의 크리에이터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콘텐츠가 생기고, 콘텐츠가 쌓이면 교통 수요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인프라 논의는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방관광 활성화의 본질은 ‘통로’가 아니라 ‘장소’에 있고, 장소의 매력은 결국 ‘사람’이 만듭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항이나 외항사 유치가 아닙니다. 지역을 빛낼 사람과 그들이 만들어낼 이야기입니다. 활주로에 쏟아부을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도전과 실험에 사용해야 합니다.
지방공항 활성화는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가 만들어낸 ‘결과’이지 지역 관광 활성화의 ‘원인’이 아닙니다. 콘텐츠가 먼저이고, 인프라는 그다음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양성·유치가 지역관광을 살리는 진짜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