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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렌터카 운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

hivincent 2026.07.13 16:19 공유 0 댓글





중국인 렌터카,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

중국인 렌터카,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민선 9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나온 박천수 행정부지사의 발언을 두고 “안전 불감증”, “도민 정서를 읽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2014년 처음 제기된 이후 10년 넘게 같은 논쟁이 반복되는 동안, 아이디어를 꺼내는 것조차 위험한 발상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제주 관광정책의 발전을 막아 온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허용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과 안전장치를 갖춰 시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그사이 여건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중국 관광시장은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 중심으로 재편됐고, 개별 여행객에게 이동의 자유는 여행지 선택과 체류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 운전면허를 조건부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몇 년 안에 전국적인 허용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전국 허용이 결정된 뒤 다른 지역과 동시에 출발해서는 제주만의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제주가 먼저 안전교육과 보험, 면허 확인, 운전자 평가 기준을 갖춘 시범 모델을 만들어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신뢰와 마음을 선점해야 합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반대론의 핵심은 중국과 한국의 교통법규와 운전문화, 표지판 환경이 달라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고, 안전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통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운전을 금지해야 한다면, 한국인 관광객의 해외 렌터카 운전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한국인은 일본과 뉴질랜드 등 우리와 정반대인 좌측통행 국가에서 렌터카를 운전합니다. 운전석 위치와 회전 방향, 교차로 통행 방식까지 다르지만, 이들 국가는 한국인의 운전을 금지하는 대신 면허 확인과 보험, 안전교육으로 위험을 관리합니다. 한국인의 해외 렌터카 여행은 자연스러운 여행 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중국인의 제주 운전만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입니다. 교통체계가 다르다는 사실은 금지의 근거가 아니라, 사전교육과 평가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 측이 제안하는 외국인 친화적 대중교통과 순환 셔틀버스 확대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렌터카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제주는 관광지 간 거리가 멀고 버스 배차 간격이 길며 개별 관광객의 동선도 제각각이어서, 몇 개의 셔틀 노선만으로 동부와 서부, 중산간을 자유롭게 여행하려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내국인에게는 렌터카가 사실상 필수 이동 수단이면서 외국인에게는 대중교통만 이용하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이중 잣대입니다. ‘운전대 없이도 편리한 제주’는 장기 과제로 꾸준히 만들어 가되, 자유로운 이동을 원하는 관광객에게는 안전하게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도 함께 열어 주어야 합니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 정책의 첫 번째가 입국 편의라면, 두 번째는 이동의 자유입니다. 입국 문턱을 낮춰 놓고 정작 제주에 도착한 관광객의 발을 묶어 둔다면 반쪽짜리 개방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렌터카를 이용하지 못하는 관광객은 공항과 제주시, 대형 면세점 주변을 벗어나기 어렵지만,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동부와 서부, 중산간 마을의 음식점과 카페, 체험시설, 숙박업소까지 소비가 퍼져 나갑니다. 렌터카 허용은 렌터카 업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개별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이동 범위를 늘려 관광 소비를 도심에서 읍·면 지역과 골목상권으로 분산시키는 지역경제 정책입니다. 전국 허용이 현실화된 뒤에는 이런 편의가 더 이상 제주만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제주가 먼저 움직여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아무런 확인이나 교육 없이 렌터카를 빌려주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단계별 검증 절차를 통과한 관광객에게만 차량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첫째, 운전면허 취득 후 2~3년 이상 지난 운전자에게만 대여를 허용해야 합니다. 초보 운전자는 초기 시범사업에서 제외하고, 필요하면 연령과 운전경력, 최근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추가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차량 인수 전에 공인된 교육기관이나 렌터카 업체에서 1시간 이상의 중국어 교통안전교육과 시뮬레이션 운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수료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규모 주행 교육장을 새로 조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주의 실제 도로환경을 반영한 운전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제한된 공간에서도 표준화된 교육과 평가가 가능합니다. 회전교차로 진입과 진출, 좁은 마을길, 중산간 도로의 급커브와 경사로, 어린이보호구역, 비보호 좌회전, 야간·우천 상황 등을 구현해 교육생이 직접 운전하게 하고, 신호 준수와 속도 조절, 차선 유지, 보행자 보호 등을 평가해 기준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수료증을 발급하고 차량을 내주면 됩니다. 기준에 미달한 사람은 추가 교육을 거치게 하거나 대여를 제한하고, 교육과 평가 결과는 전산으로 기록해 렌터카 업체와 보험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합니다.

셋째, 초기에는 소형·준중형 차량만 대여하고 대형 승합차와 고출력 차량은 제한하며, 태풍·폭설 등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운행을 제한하는 별도 기준을 두어야 합니다.

넷째,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 보상이 확실하게 이뤄지도록 충분한 보장 범위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운전자가 출국한 뒤에도 보상과 사고 처리가 가능하도록 렌터카 업체와 보험사, 관계기관의 공동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차량 대여 시 보증금을 높게 책정해, 범칙금이나 소액 피해가 발생하면 보증금에서 우선 정산하고 문제가 없으면 출국 후 전액 반환하는 장치도 함께 두어야 합니다. 한국인 관광객도 중국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 차량 보증금에 법규 위반 보증금까지 상당한 금액을 맡기고, 위반 사실이 없는 것이 확인된 뒤에야 돌려받습니다.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니 상호주의에 어긋나지 않고, 운전자 스스로 법규를 지킬 경제적 유인이 되는 동시에 ‘사고 후 출국하면 그만’이라는 우려에 대한 실질적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상 인원과 차량 수, 운영 기간을 제한한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사고율과 법규 위반, 보험 처리, 관광객의 이동 범위와 지역 소비 효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준을 보완하며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됩니다. 이러한 검증 절차는 중국인 관광객을 잠재적 위험 운전자로 취급하려는 것이 아니라, 낯선 지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관광객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제주에서 처음 렌터카를 이용하는 내국인과 다른 외국인 관광객에게까지 확대한다면, 이번 논의는 오히려 제주 전체의 렌터카 안전관리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허용과 금지의 찬반 공방만 반복해서는 제주 관광의 경쟁력도 교통안전의 발전도 얻기 어렵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인 관광객 역시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를 들여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온 평범한 여행객이라는 사실입니다. 사고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운전대를 잡은 본인입니다. 낯선 외국 땅에서 사고가 나면 여행을 망치는 것은 물론 막대한 비용과 법적 절차를 감수해야 하는 당사자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막연한 불신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을 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도민의 안전은 논의를 막는 방패가 아니라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기준이 돼야 합니다. 해답은 무조건적인 금지도, 준비 없는 개방도 아닙니다. 전국적인 허용이 현실화되기 전에 제주가 먼저 준비하고, 시범 운영으로 안전성을 검증하며,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신뢰와 마음을 선점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제주 관광이 선택해야 할 전략입니다.


hivincent게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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