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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관광 4,000만 명 시대, 해외지사는 줄일 것이 아니라 모아야 합니다.

hivincent 2026.08.25 08:13 공유 2 댓글


K-관광 4,000만 명 시대, 해외지사는 줄일 것이 아니라 모아야 합니다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주재원들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지사가 없어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관광공사 내부의 조직 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불안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삶의 자리가 통째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입니다.

공공기관의 조직 개편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내부 진단과 평가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한마디라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지시의 집행입니다. 더구나 지금 분위기에서 그 말에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 밖에 있는 제가 대신 말씀드립니다.

대통령이 통폐합을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대규모 통폐합이 예상됩니다. 근거로 등장할 숫자도 짐작이 갑니다. “일본은 연간 4,268만 명을 유치하면서 26개 지점을 운영하는데, 1,894만 명을 유치하는 한국이 30개는 과하다. 10~12개면 충분하다”는 논리 일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관광객 수와 해외지사 수가 정비례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해외지사는 표를 파는 창구가 아닙니다. 시장의 수와 크기, 언어·문화권, 항공망, 성장 가능성, 현지 업계와의 관계, 국내 관광기업의 진출 수요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거점의 관할 범위도, 현지 채용 방식도 다릅니다. 숫자 하나만 가져오면 벤치마킹이 아니라 숫자 맞추기가 됩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시장을 넓혀 놓은 나라이고, 우리는 아직 넓히는 중입니다. 성숙한 시장의 거점 수를 성장기 시장에 그대로 대입하면, 앞으로 열어야 할 시장의 문부터 닫게 됩니다.

현황을 보겠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30개 거점에 본사 직원 78명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지사당 평균 2.6명입니다. 울란바토르처럼 본사 직원 한 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습니다. 2026년 해외지사 운영비는 사업비를 빼면 약 203억원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더라도 이들의 성적표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방한객 1,894만 명이라는 성과의 최전선에 이 78명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끊어진 시장을 다시 이어붙이고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려 온 것도 이들입니다.

문제는 지사가 30개라는 사실이 아니라 한 곳에 2.6명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 인원으로 시장 분석, 업계 지원, 항공사·온라인여행사 협력, 미디어 대응, 국내 관광기업의 현지 진출 지원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성과가 아쉬웠다면 지사가 많아서가 아니라 제 기능을 할 만큼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축소 반대가 아닙니다. 축소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지사 수를 더 늘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줄이더라도 줄여서 확보한 인력과 예산을 남은 지사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 항공 접근성, 매출 기여도를 실사해 18개 안팎의 권역 거점으로 재편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산 203억원을 30개로 나누면 지사당 6억7,700만원이지만 18개에 모으면 11억2,800만원으로 1.67배가 됩니다. 78명을 18개에 배치하면 4.33명이고, 거점당 최소 5명을 확보하려면 90명이 필요하니 오히려 12명을 늘려야 합니다. 통폐합으로 아낀 임차·관리 비용은 현지 전문인력과 사업비로 돌리면 됩니다.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폐쇄가 아니라 관할 이전이어야 합니다. 없어진 지사의 시장은 인접 거점이 맡고 인력과 예산도 함께 옮겨가야 합니다. 둘째, 기준은 개수가 아니라 성장 잠재력과 성과여야 합니다. 방한객 수뿐 아니라 체류 기간, 소비액, 지역 방문, 국내 관광기업의 매출 기여도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셋째, 거점별 최소 기능을 보장해야 합니다. 시장 분석, 업계 지원, 디지털·미디어, 현지 파트너십, 총괄 인력이 없다면 그것은 지사가 아니라 연락사무소입니다.

덧붙여 개편의 속도에도 원칙이 필요합니다. 주재원 인사는 충분한 예고 기간과 전환 계획을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지 학기와 가족의 거주, 계약 관계가 함께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개편은 남은 조직의 사기까지 함께 깎아냅니다.

자원을 몰아주는 대신 성과는 더 엄격하게 물어야 합니다. 설명회 횟수나 예상 판매액이 아니라 실제 판매액, 국내 관광기업의 해외 매출, 지역에 남은 부가가치를 공개하게 해야 합니다. 집중과 책임은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는 K-관광 4,000만 명 시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 목표를 말하면서 해외 현장의 손과 발을 대폭 줄인다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30개를 10~12개로 줄이면서 예산과 인력까지 함께 깎는 개편은 효율화가 아니라 해외시장 대응력의 축소입니다. 시장은 철수한 자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한 번 접은 거점을 다시 세우는 데는 훨씬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먼저 가위를 들 것이 아니라 자를 들어야 합니다. 제대로 재고, 필요한 곳에 모으고, 그다음 성과를 엄격하게 물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대통령의 한마디가 아니라 공사와 정부의 진단과 토론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밤 이역만리에서 잠 못 드는 78명과 그 가족들에게, 그리고 K-관광 4,000만 명이라는 목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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