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의 집행임원제, 매각 포기가 아니라 ‘매각 업그레이드’ 전략입니다
하나투어가 지분 매각 추진을 중단한 뒤 집행임원제 도입에 나섰다는 뉴스 보도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엑시트를 접고 장기전에 들어간 신호”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사모펀드, 즉 PEF는 구조적으로 엑시트를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PEF의 장기보유는 영구보유가 아닙니다. 펀드에는 만기가 있고, 운용사는 출자자에게 투자금과 수익을 돌려줘야 합니다. 결국 장기보유 선언은 “팔지 않겠다”가 아니라 “더 좋은 시점과 조건에 팔겠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집행임원제는 매각을 닫는 장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매각을 더 비싸게, 더 깔끔하게, 더 빠르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읽힙니다.
매각 기업 인수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지분을 사들인 뒤에도 경영권 통제가 불확실한 구조입니다. 반대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지분 인수와 동시에 경영진 교체와 의사결정 구조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매물입니다.
집행임원제는 이 지점을 건드립니다. 실질 경영권을 이사회 중심으로 재편하면 “지분을 확보하면 곧바로 경영진을 세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M&A 시장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매력입니다. 결국 하나투어를 ‘열쇠 하나로 통제 가능한 패키지’로 정돈하는 작업인 셈입니다.
하나투어 매각 논의에는 IMM PE 지분뿐 아니라 창업주 측 지분도 함께 거론돼 왔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창업주의 영향력, 주주총회 변수, 인수 후 통합 과정의 불확실성이 딜의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집행임원제를 통해 경영권의 중심을 이사회로 옮기면 창업주 변수는 줄어들고, 매물은 보다 순수한 지분 거래에 가까워집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PMI 리스크가 낮아지고, 매도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깎일 명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하나투어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한 핵심 이유는 가치 평가의 차이였습니다. 매수자들은 엔데믹 이후 하나투어의 실적을 일시적 피크로 보려 했고, 매도자는 업계 1위 프리미엄을 인정받으려 했습니다.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하나투어의 행보가 변합니다. 고배당 기조를 완화하고, AI 기반 맞춤 여행 시스템과 자체 플랫폼 투자, 대형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흐름은 모두 “현재 실적은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이라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매각을 멈춘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가격을 인정받기 위해 IR 스토리를 다시 짜는 과정입니다.
PEF가 “장기 보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헐값에는 팔지 않겠다는 신호입니다. 단기 매물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협상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집행임원제로 지배구조까지 정돈하면 매도자 우위의 협상력은 더 강해집니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엑시트 포기가 아니라 엑시트 재설계에 가깝습니다. 매각 일정을 늦추더라도 더 좋은 조건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하나투어의 집행임원제 도입은 장기보유를 위한 방어막이라기보다, 향후 재매각을 위한 구조 정비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매각을 위한 몸 만들기라 해도, 여행산업 관점에서 이 변화는 중요합니다. 몸 만들기 과정에서 AI, 플랫폼, 여행 콘텐츠 생태계 투자가 확대된다면 한국 아웃바운드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투어가 매도자와 인수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값에 매각되어 오랜 불확실성을 걷어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임직원은 미래를 안심하고 그릴 수 있고, 파트너 기업들도 흔들림 없이 고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투어가 한국 아웃바운드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짜 1등 여행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합니다. 1위는 산업의 표준을 세우고, 새로운 여행의 가치를 제시하며, 후발 주자와 여행업계가 함께 성장할 길을 열 때 비로소 이름값을 하게 됩니다. 하나투어의 이번 선택이 하나투어라는 이름값을 되찾는 길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