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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업이야기

제주의 불안은 CCTV가 아니라, 함께 걷는 사람이 없앨 수 있습니다.

hivincent 2026.08.29 15:36 공유 0 댓글
해질 무렵 제주 올레길에서 통화하며 걷는 여행자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칼럼
제주 관광 · 안전

제주가 회복해야 할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카메라를 늘리는 일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은 다릅니다. 이번 가을 올레길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 사람 중심 대책.

칼럼 · 제주 안전관광
읽는 시간 8분

01

불안은 통계보다 빠르게 번집니다

밤 안개가 낀 숲길에서 뒤를 돌아보는 여행자
어두운 돌담길과 멀리 켜진 쉼터 조명
여행자가 기억하는 밤길. 관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고가 아니라, 사고가 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 이후, 제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온라인에는 “제주살이할 마음이 사라졌다”, “남자지만 무섭다”는 반응이 이어집니다. 제가 숲길에서 만난 한 관광객도 “건강을 회복하려고 제주에 왔는데,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체류 기간을 줄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실제 관광객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나 나 홀로 여행객이 많이 찾는 숙박업소와 관광업계에서는 이미 “발길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관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고가 아닙니다. 사고가 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 느낌은 통계보다 빠르게 번지고, 통계보다 훨씬 늦게 사라집니다.

02

옳은 대책입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안 올레길에 설치된 CCTV 폴과 그 아래 휴대전화를 든 여행자
도내 CCTV 1만 9,734대. 기록은 사후에 강하지만, 불안은 지금 이 길에서 발생합니다.

제주도는 실종·위기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소방·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하고, 도내 CCTV 1만 9,734대를 연계한 24시간 상시 관제와 이상 상황을 자동 선별하는 지능형 관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공 CCTV 영상 보존 기간도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고, 야간 순찰과 어두운 구간의 조명, 휴대전화 불통 지역도 개선할 계획입니다.

모두 필요한 대책입니다. CCTV와 지능형 관제는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사건 발생 후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지금 느끼는 불안은 카메라를 더 설치한다고 곧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행자는 사고가 난 뒤 자신을 얼마나 잘 찾을 수 있는지만 묻지 않습니다.

  • “지금 이 길에서 불안해지면 누구에게 연락할 수 있는가.”
  • “걷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 안전하게 돌아갈 방법이 있는가.”
  • “도움을 요청하면 실제로 누군가 응답하는가.”

안개 낀 오름 숲길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여행자

불안은 현재형인데,
주요 대책은 미래형입니다.

이번 가을 제주 여행을 예약할지 고민하는 1인 여행자의 마음에는 아직 닿지 않습니다. 안심은 ‘내가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보다 ‘누군가 나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비싸고 무거운 장비에 앞서,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 사람 중심 대책을 제안합니다.


사람 중심 대책 세 가지
동틀 무렵 해안 올레길에서 통화하며 걷는 여행자
전화기와 사람의 목소리. 혼자 걷는 시간을 함께하는 가장 가벼운 장비입니다.
1

‘제주 안심콜’

영국에는 ‘Strut Safe’라는 무료 전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밤길을 혼자 걷는 사람이 전화하면 자원봉사자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이어갑니다. 특별한 장비나 복잡한 앱이 아니라, 전화기와 사람의 목소리로 혼자 걷는 시간을 함께하는 방식입니다.

제주에서도 혼자 올레길이나 숲길을 걷다가 불안을 느끼면 전화할 수 있는 ‘제주 안심콜’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여행자가 숙소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이어가며 현재 위치와 이동 방향을 확인합니다. 통화가 갑자기 끊기거나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숙소와 인근 안심거점, 경찰·소방으로 연결되는 대응체계를 갖추면 됩니다.

관광통역안내사, 문화관광해설사, 숙박업 종사자, 자율방범대원처럼 제주의 길과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이 전화 동행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콜센터가 아닙니다. “지금 말씀하신 돌담길이 어디인지”,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전화를 받아야 합니다.

심야나 통화가 몰리는 시간에는 AI가 간단한 대화와 위치 확인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긴급상황을 판단하고 신고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은 반드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도와줘’, ‘긴급’, ‘신고’ 등 도움을 요청하는 단어를 말하면 즉시 경찰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낮 시간 올레길에서 식별 조끼를 입고 걷는 두 사람과 인사하는 여행자
줄지어 순찰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주치는 것만으로 길의 성격이 바뀝니다.
2

경찰·소방공무원이 올레길을 직접 걷는 것

취약 구간마다 새로운 순찰 인력을 상시 배치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인력의 동선을 조금 바꾸는 일은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체력단련과 현장 숙지 활동의 일부를 올레길과 주요 취약지역에서 진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복을 입고 줄지어 순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벼운 식별 조끼를 입고 평범한 여행자처럼 걸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감시받는 길’이 아니라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길’이라는 인상입니다.

관광객은 길에서 경찰관이나 소방관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범행을 염두에 둔 사람에게는 이 길이 결코 무방비 상태가 아니라는 신호가 됩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고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지력이 생깁니다.

경찰과 소방 역시 실제 지형과 통신 음영 구간, 차량 진입지점과 구조 접근로를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안심콜 상담자가 “지금 어느 돌담길을 지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 위치를 알아듣는 조직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 1회 관할 지역 걷기와, 비번·휴무일에 그 구간을 산책하거나 운동할 때 일정 부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현장점검부터 시작해, 효과가 확인되면 일상적인 순찰과 훈련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깜깜한 밤 도로변에서 휴대전화를 든 여행자와 멀리 보이는 버스정류장
노을 진 정류장에서 픽업 차량 기사와 만나는 여행자
전화 한 통의 차이. 무리해서 걷는 밤과, 안전하게 멈추는 저녁.
3

‘안심픽업’

걷다가 체력이 떨어지고 해가 지기 시작했는데 돌아갈 교통편까지 없다면, 사람은 무리해서라도 계속 걷게 됩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되돌아가지 못하는 순간, 위험은 커집니다.

이때 전화 한 통으로 가까운 도로변이나 안전지점까지 데리러 오는 서비스가 있다면, 여행자는 안심하고 멈출 수 있습니다. 지역 택시와 렌터카 사업자와 협약하고 이용요금 일부를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안심콜과 같은 번호로 연결하면 여행자가 별도의 연락처를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올레길마다 안심종료 지점을 표시하고, 그곳에서 픽업을 요청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이 서비스는 사고가 벌어진 뒤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위험해지기 전에 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합니다. 지역 교통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수입이 되고, 제주에는 “완주를 강요하지 않는 길”, “언제든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섬”이라는 평판이 남습니다.

03

앞으로 제주가 공개할 안전지표도 달라져야 합니다

낮 시간 올레길에서 초시계를 들고 응답 시간을 재는 안전요원과 여행자
측정하는 대상이 바뀌면, 준비하는 방식도 바뀝니다.

세 가지 제안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고, 대규모 시설투자에 앞서 시범운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사람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능형 CCTV도 필요하고 영상 보존 기간 연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제주가 무섭다”는 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CCTV를 몇 대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다음 숫자를 보여줘야 합니다.

  • 도움을 요청한 뒤 첫 응답까지 걸린 시간
  • 안심픽업 차량이 몇 분 만에 도착했는지
  • 통신이 되지 않는 구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여행자가 기억하는 안전은 카메라의 대수가 아닙니다.

어두운 길에서 끊기지 않고 이어지던 목소리, 인사를 건넨 소방관의 얼굴,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준 픽업 차량입니다. 제주가 지금 회복해야 할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안전한 여행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 아닙니다. 불안을 느낀 순간 누군가와 연결되고, 힘들면 멈출 수 있으며,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혼자 남겨두지 않는 곳입니다.

내년 예산을 기다리기 전에, 이번 가을 올레길에서 사람의 목소리부터 연결하면 어떨까요?

칼럼 · 제주 안전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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