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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여행, 지역 확대보다 엄격한 지역 선정이 필요합니다

hivincent 2026.08.26 07:47 공유 0 댓글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지역사랑 휴가지원’, 이른바 ‘대한민국 반값여행’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공모로 선정한 16개 지방자치단체에 총 65억 원을 투입해 여행지에서 사용한 숙박비·식비·체험비 등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개인은 최대 10만 원, 2인 이상 팀은 최대 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고, 청년에게는 환급률을 70%까지 높였습니다.

반값여행의 출발점이 된 전남 강진군의 성과는 분명 인상적입니다. 2024년 강진을 찾은 관광객은 282만 명으로 전년보다 43만 명 늘었습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소개된 강진군 분석에 따르면, 22억 원을 투입해 24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00억 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인구 3만여 명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고 실행했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합니다.

다만 한 지역에서 성과를 낸 정책을 전국의 표준으로 확대할 때는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같은 처방이라도 지역의 관광 기반과 수요 상황에 따라 효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준가격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시장가격입니다. 여행비의 절반을 지역화폐로 돌려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지역 여행의 기준가격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지원이 끝난 뒤 정상가격으로 돌아간 상품은 품질이 그대로여도 갑자기 비싸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업자에게도 지원금을 고려해 정상가격을 높이려는 유인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가격 인상이 있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런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여 사업장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둘째, 수요의 순증인가 지역 간 이전인가

할인은 새로운 여행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미 계획된 여행의 시기나 목적지를 옮기는 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이 국내 여행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이 단기간에 크게 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지역의 관광객 증가가 다른 지역의 감소로 이어지는 ‘지역 간 수요 이전’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옆 군이 반값을 내걸면 우리 군도 뒤따라 할인하는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그 결과 관광객의 총량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청이 조기에 마감됐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관광 수요가 만들어졌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것은 지원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지원이 없었다면 여행하지 않았을 사람이 얼마나 새로 움직였는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원래 여행할 계획이 있던 사람에게 지급된 보조금은 정책 목표인 ‘추가 수요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사중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할인 지원의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숙박할인권 지원사업 효과 조사 및 성과분석 최종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할인권 1건당 평균 혜택은 3만 5,626원이었고 이용자의 1인당 평균 여행경비는 45만 6,409원이었습니다. 평균 여행경비를 평균 할인액으로 나누면 약 12.8배입니다.

조사 응답자의 56.2%는 할인권 때문에 계획에 없던 여행을 했다고 답했고, 보고서는 신규 관광객 유발 규모를 134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러나 ‘12.8배’라는 수치는 할인액과 전체 여행경비를 단순 비교한 값이지, 할인권이 없었을 때 발생했을 지출을 제외한 순수한 정책 효과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설문을 통한 추정도 의미가 있지만, 비슷한 조건의 비수혜 지역이나 비수혜 집단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추가 수요와 단순 이전 수요를 구분해야 재정 투입의 실제 효과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역 관광의 체질


방문객 수와 소비액이 늘었다는 것은 중요한 첫 번째 성과입니다. 그러나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지원을 받은 방문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다시 방문했는지, 지원 종료 후에도 같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할인은 방문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만, 재방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콘텐츠와 서비스입니다. 반값 경쟁이 일상화되면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역량이 ‘얼마나 잘 깎아주는가’에 머물 수 있습니다. 재정으로 만든 방문 실적은 사업이 끝나면 줄어들 수 있지만, 그동안 미뤄진 콘텐츠 투자와 흐트러진 가격 질서는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지원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재정 지원 자체를 접자는 뜻은 아닙니다. 재정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은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할인율보다 대상 선정입니다. 저는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할 때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한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1. 재난으로 관광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지역 — 호우·산불·지진 등으로 특별재난지역에 선포됐거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이 경우의 지원은 단순한 할인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복구에 가깝고, 국민적 공감대도 비교적 넓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2. 최근 2개 연도 연속 방문 관광객 5% 이상 감소 — 5%는 정책 대상 선별을 위해 제가 제안하는 기준입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이동통신·신용카드 자료를 활용하면 방문객과 관광 소비의 흐름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만 통계 산정 방식의 변화나 일시적 재난의 영향을 함께 검토해 단순한 등락과 구조적 하락을 구분해야 합니다.
  3. 관광객 감소가 지역경제 위축으로 실제 이어진 곳 — 지역내총생산, 소상공인 매출, 관광업 고용, 인구소멸 위험도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어느 한 지표만으로 대상을 정하기보다 관광 수요와 지역소득이 동시에 줄어든 곳을 우선해야 지원의 필요성과 효과를 함께 높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요건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이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보다 실제로 손님이 끊긴 지역에 예산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예산을 줄일 수 있는지는 대상 지역 전체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 계산하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원 범위를 넓게 펼치는 방식보다 회복이 절실한 지역에 집중하는 방식이 관광 수요의 지역 분산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더 부합합니다.

지원 대상만큼 중요한 세 가지 안전장치

첫째는 일몰제입니다. 지원 기간을 2~3년으로 미리 정하고, 그 기간에 어떤 콘텐츠와 수익 기반을 만들 것인지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계획으로 제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는 가격 감시입니다. 사업 참여 전후의 동일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지원 기간에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가격을 올린 사업장은 참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부당한 가격 인상이 확인되면 지원금을 환수하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지원금이 가격 인상분으로 흡수되면 여행객과 지역 모두 정책의 실질적인 혜택을 얻기 어렵습니다.

셋째는 성과 지표의 전환입니다. 방문객 수나 신청 마감 속도보다 추가로 창출된 방문객 수, 평균 체류시간, 재방문율, 1인당 지역 소비액, 지역 사업자에게 실제로 돌아간 소비 비율을 평가해야 합니다. 비슷한 조건의 비수혜 지역과 비교해 지원이 없었을 때의 변화를 추정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아낀 재원은 지역이 스스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써야 합니다. 노후 숙박시설의 품질 개선,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관광지의 접근성 확충,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드는 기획 인력, 온라인 예약과 다국어 결제 환경,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끌어오는 해외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국내 관광객을 지방자치단체끼리 나눠 갖는 경쟁에서 벗어나려면 국내 수요의 지역 분산과 함께 외래 관광객의 지역 방문을 늘려 전체 시장을 키워야 합니다.


관광정책의 목표는 ‘반값에 한 번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값을 내고 다시 오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반값여행은 모든 지역에 상시로 적용하는 할인정책보다, 관광 수요가 무너진 지역을 다시 일으키는 한시적 처방으로 사용할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합니다. 모두에게 같은 할인율을 약속하면 정작 지원이 절실한 지역이 묻히고, 지역은 스스로 매력과 가격을 만들어낼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결단은 할인 폭을 더 키우는 일이 아닙니다. 어디에, 얼마 동안, 어떤 회복 목표를 두고 지원할 것인지를 더 엄격하게 가려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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