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여행뉴스 2026.08.23
주요환율USD1,385.04JPY 100872.41EUR1,620.75CNY206.19
8.23 07:25 기준
KT K-트래블아카데미 TRAVEL NEWS & STORY
무료구독신청
월~금요일 매일 여행뉴스브리핑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매일 아침 보내드립니다.

여행&여행업이야기

하나투어는, ‘파트너사 이익 공유제’로 책임 있는 상생에 나서야 합니다.

hivincent 2026.07.06 09:48 공유 0 댓글

하나투어는, ‘파트너사 이익 공유제’로 책임 있는 상생에 나서야 합니다.

“현실적이지 못한 지상비를 거절하지 못하고 물량을 수주한 경영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파산을 앞둔 HT HOJU 황순 대표의 이 말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거절하지 못했다’는 짧은 말 속에는 수년 간 쌓아 온 거래 관계, 물량을 놓치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절박함, 그리고 알면서도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거절할 수 있는 관계였다면 애초에 원가의 절반짜리 지상비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과는 한 경영자의 실패 고백이기 이전에, 거절이 허락되지 않는 시장 구조에 대한 고발입니다.

여행신문에 따르면 시드니의 한인 랜드사 HT HOJU는 약 250만 호주달러, 우리 돈 약 27억 원의 채무를 남기고 부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로 인해 가이드, 버스회사, 식당, 호텔 등 현지 교민 소상공인들이 대금을 받지 못한 채 큰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채권·채무 관계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므로 개입하거나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률적으로 검토된 답변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파산의 원인을 하나하나 따져 보아도 과연 하나투어가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문제의 핵심은 우월적 지위에 있습니다. 이번 부도 사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마이너스 지상비입니다.
현재 대형 여행사가 저가 패키지 상품에 지급하는 지상비는 4~5박 기준 1인당 약 25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실제 현지 운영 원가의 40~50%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현지식 단가는 66%, 호텔 가격은 50~60%, 관광지 입장료는 최대 70%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랜드사들이 지상비 인상을 요구하면 돌아온 답은 비슷했습니다. “다른 여행사가 먼저 올리면 검토하겠다.” “지상비를 올리면 다른 랜드사와 거래하겠다.” 이것은 정상적인 가격 협상이 아닙니다. 물량을 가진 쪽이 거래 중단 가능성을 앞세워 원가 이하의 가격을 사실상 받아들이게 만든 구조입니다.

둘째는 원화 결제 관행에 따른 환차손입니다.
현지 운영비는 호주달러로 지출되는데, 여행사로부터 받는 돈은 원화입니다. 이 구조에서 환율이 오르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랜드사가 떠안게 됩니다. 지난 1년 사이 환율이 약 20% 올랐다면, 그 부담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대등한 계약 관계였다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한쪽만 떠안는 구조는 쉽게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셋째는 홈쇼핑 비용 분담 문제입니다.
이미 지상비가 원가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진 상황에서도 홈쇼핑 마케팅 비용 분담 요구는 계속되었습니다. 이를 거절하면 거래가 끊길 수 있으니, 랜드사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 세 가지 원인의 공통점은 하나투어가 가진 ‘우월적 지위’ 아닌가요?

하나투어는 “특정 해결 방안을 강제하면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개입에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월적 지위의 문제는 부도 이후가 아니라, 부도에 이르기까지의 거래 과정에서 이미 나타났습니다. 원가 이하의 지상비를 사실상 받아들이게 하고, 환리스크와 마케팅 비용을 약한 쪽에 떠넘긴 구조야말로 우월적 지위의 문제입니다. 그 구조의 가장 큰 수혜자가 이제 와서 “우월적 지위 남용이 걱정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은 이 구조가 만든 결과는 분명합니다. 하나투어는 2025년 영업이익 57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코로나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반면 호주 현지에서는 T사, I사에 이어 HT HOJU까지 중견 랜드사들이 연이어 무너졌습니다. 상품을 판 여행사는 역대급 이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 상품을 실제로 운영한 현지 랜드사는 줄줄이 파산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여행업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나투어의 이익 중 일부는 랜드사가 원가 이하로 떠안은 적자, 랜드사가 감당한 환차손, 랜드사가 부담한 홈쇼핑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패키지 여행상품을 실제 운영하고 그 품질을 현장에서 만들어 낸 파트너들이 정작 그 상품의 성공에서는 배제되어 온 것입니다. 파트너사의 파산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하나투어 자신의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늦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늦기 전에 하나투어와 다른 패키지여행사에게 ‘파트너사 이익공유제’ 도입을 제안합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이미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만든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 협력이익공유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행업이라고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방식은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정 지역 패키지 사업에서 목표 이익을 초과하는 성과가 나면, 그 일부를 해당 지역 랜드사와 협력사에 돌려주는 것입니다. 지상비는 현지 원가 지표에 맞춰 매년 다시 산정해야 합니다. 환율 변동이 일정 범위를 넘으면 양측이 함께 부담해야 합니다. 홈쇼핑 비용도 일방적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실제 모객 성과에 따라 정산해야 합니다. 이 원칙들을 계약서에 명확히 담아야 합니다.

이것은 시혜가 아닙니다. 상품 품질을 지키기 위한 투자입니다. 공급망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그리고 우월적 지위 남용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한 거래 구조로 가기 위한 변화입니다.

하나투어는 협력사들과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논의가 형식적인 간담회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태로 대금을 받지 못한 교민 소상공인들에 대한 책임 있는 지원 방안이 필요합니다. 또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상비, 환율, 마케팅 비용 분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업계 1위라는 자리는 시장의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자리입니다. 동시에 시장 구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현지 랜드사의 부도 앞에서 “법적 권한이 없다”는 말만으로 물러서서는 안 됩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기업답게, 무너지는 여행업 생태계를 지키는 첫걸음을 하나투어가 먼저 내디뎌야 합니다.

이번에는 ‘상생’일까요? 이번에도 ‘외면’일까요?

hivincent게시자
사용자 → 프로필의 소개(bio)에 필자 소개를 입력하면 이 자리에 표시됩니다.
Q 이 글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나요? '이런 질문 어떡하죠?' 보기

함께 읽어볼 글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